
믿음의 탈을 쓴 권력 범죄, 그 끝은 결국 해산
2025년 초, 교황청이 페루의 가톨릭 평신도 단체 SCV(Sodalitium Christianae Vitae) 를 공식 해산시켰시켰습니다. 이례적인 조치였습니다. 단순한 스캔들이 아닌, 수십 년에 걸쳐 은폐되고 조직적으로 벌어진 성범죄와 권력 남용, 그리고 재정 비리까지....이 사건은 우리가 ‘종교’라는 이름으로 무엇이 정당화되어 왔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사건입니다.
겉으론 신실한 ‘복음 운동’, 속은 독재 체제
SCV는 1971년 페루에서 루이스 페르난도 피가리라는 인물이 창립했습니다. 겉으로는 열정적인 복음화, 청년 사역, 보수 가톨릭 영성의 수호를 외쳤지만, 그 실체는 끔찍할 정도로 병들어 있었습니다.
피가리는 자신을 '영적 지도자'라며 신도들에게 절대 복종을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찬양하며, 나치 청소년단을 모방한 규율을 조직에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SCV는 한마디로 종교라는 외피를 쓴 준군사 독재 집단이었습니다.
한 내부 고발자의 말에 따르면 SCV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 완전한 전체주의 조직”이었고, 그 권력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휘감았습니다.
“반은 수도자, 반은 군인”… 그리고 완전한 범죄자들
2015년, SCV 전 회원이자 기자인 페드로 살리나스와 파올라 우가스는 《반은 수도자, 반은 군인》이라는 책을 통해 피가리의 실체를 폭로합니다.
피가리는 미성년자와 청년 단원들을 대상으로 가학적 성폭력과 심리적 학대를 저질렀습니다. 피해자 다수는 10대 소년들이었고, 그들에게 벌어진 일들은 믿기 힘들 만큼 잔인했습니다. 영적 지도를 빌미로 반복된 성폭행, 정신적 통제, 폭언, 구타, 굴욕적인 훈련… 신앙은 완전히 권력과 지배의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최소 60명 이상의 피해자가 있었고, SCV 내부에서는 이를 묵인하거나 덮기에 급급했습니다.
거기에 더해진 재정 비리와 부동산 투기
폭력만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SCV는 단체 헌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일부 간부들은 사업 이권과 토지 투기에까지 손을 뻗었습니다.
예를 들어, SCV 관련 기업들이 페루 피우라 지역에서 농민들의 토지를 강탈하기 위해 허위 고소, 폭력까지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것이 과연 신앙 공동체인가? 아니, 그냥 범죄 카르텔입니다.
교황청의 ‘뒤늦은’ 개입과 해산 결정
문제는 일찍부터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페루 교회와 바티칸은 오랫동안 침묵하거나 방조했습니다. 심지어 SCV를 비판한 언론인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결국 교황청이 움직인 건 2015년 이후, 피해자 증언이 국제적 관심을 끌고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뒤였습니다.
2023년, 교황 프란치스코는 조사관들을 페루에 파견했고, “사이비 종교에 가까운 영적 학대와 권위 남용”이라는 결론이 나오자, 2025년 1월 SCV를 공식 해산했습니다. 이는 가톨릭 역사상 전례 없는 조치였습니다.
왜 피해자들의 외침은 묵살되었는가?
이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수십 년간 이 조직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 SCV는 내부 고발자를 조직적으로 억압하고 위협했습니다.
- 피해자들은 죄책감을 주입당하고 “믿음이 부족하다”며 가스라이팅 당했습니다.
- 교회는 “교황청 인준 단체”라는 명분으로 문제를 축소하거나 덮었습니다.
- 성직자의 말은 진실, 평신도의 말은 의심이라는 성직자 중심 구조가 피해자의 입을 막았습니다.
한마디로, 침묵의 카르텔이 만들어낸 집단적 범죄였습니다.
왜 교회는 이토록 무력했는가?
피가리는 과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의 친분, 바티칸의 인정을 무기 삼아 자신을 정통 가톨릭 지도자로 포장했습니다. 바티칸은 한때 그를 “단체와 접촉하지 말라”는 유배령만 내리고 사실상 방치했습니다.
교회 권력은 그를 처벌하기보단, 조용히 덮고 가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교회의 체면 때문이었습니다. 종교 권력에 대한 신성불가침 인식, 체제 유지를 위한 침묵, 평판 관리—이 모든 것이 피해자보다 조직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만들었습니다.
종교라면 모든 것이 다 용서되는가?
이번 SCV 사건은 명백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신앙이란 이름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종교도 권력이고, 권력은 감시받지 않으면 부패합니다.
믿음을 팔아 권력을 쌓고, 신앙을 명분 삼아 인권을 짓밟는 행위는 그 어떤 이름으로도 용납돼선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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