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새 교황 레오 14세는 취임 직후부터 ‘AI’를 교회의 핵심 의제로 선언하며 바티칸 시노드홀에서 첫 연설을 가졌습니다. 그는 인공지능을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라고 단언했습니다. 언뜻 보기엔 시대에 발맞춘 선언 같지만, 그의 AI 담론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공허한 경고와 규제 요구, 그리고 과학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신만이 남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레오 14세는 AI 시대에 교회를 한 세기쯤 뒤로 되돌리는 중입니다.
"AI는 인간을 대체해선 안 된다"…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레오 14세의 AI 담론은 늘 이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AI는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한 도구이며, 인간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말이 너무 식상하고,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현실 속 AI 연구자나 기술 기업들 중 누가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까요? 오히려 대부분은 AI가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고, 반복적 작업을 줄이며, 창의적인 노동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교황은 이 부분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대신, AI에는 “영혼이 없고, 인간성과 창의성이 결여되어 있다”며 기술을 인간보다 열등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담론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도, 구체적 해결책을 말하지도 못합니다. “인간은 위대하다”는 자기확신만 반복될 뿐입니다.
중요한 건 교회가 기술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가이지, AI의 ‘격’이 인간보다 낮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불신을 '신앙의 언어'로 포장하는 반지성주의
더 심각한 문제는 교황이 기술 발전을 곧잘 영적 위기와 연결 짓는 방식입니다. 그는 “기술은 발전해도 인간성은 빈곤해지는 시대”라고 말하며, 기술적 진보가 인간을 오히려 타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런 접근은 종교가 낯선 지식을 두려워할 때 반복하던 고전적 패턴을 떠올리게 합니다. 과거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이단으로 몰렸던 중세 교회와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기술 진보 앞에서 “믿음이 없다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 결국 이성보다 신앙을 우위에 두려는 반지성주의일 뿐입니다.
AI가 교만을 부추긴다는 논리, 과연 설득력 있을까요? 오히려 지금은 윤리와 기술을 함께 논의해야 할 시기입니다. 인간의 신앙을 AI가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AI에 대한 무지와 불신이 종교의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황은 깨달아야 합니다.
딥페이크·AI 신부 논란? 과민 반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황청은 AI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에도 지나치게 과잉 반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딥페이크 문제입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합성 패션 사진 한 장이 유행하자 바티칸은 이를 “가짜뉴스의 위험성”으로 격상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합성 이미지 하나로 세계 신자들이 신앙을 잃은 적은 없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AI ‘저스틴 신부’라는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교계는 거의 도그마 수호전쟁이라도 벌인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AI는 사제가 될 수 없다”는 교황청의 공식 입장과 함께, 해당 캐릭터는 바로 ‘평신도’로 강등되었습니다.
물론 신학적으로 예식이나 성사는 인간 사제만이 할 수 있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AI가 단지 성경에 대한 Q&A 챗봇이었다는 점입니다. 교회는 가능성과 실험을 차단하고, 기계가 종교 영역을 넘보는 것 자체를 이단시했습니다. 이쯤 되면, AI는 기술이 아니라 현대판 마녀처럼 취급받고 있습니다.
비전은 없고 규제만 있다… 교황의 ‘소극적 리더십’
레오 14세의 AI 담론에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습니다: “조심하라”, “규제하라”, “멈춰라”.
하지만 교황이 말해야 할 것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입니다.
그는 “AI에는 인간 존엄성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이는 반복되는 선언일 뿐 구체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습니다. 청년들의 삶이 AI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하면서도, 교회가 AI를 통해 청년 세대와 소통하거나 교육을 혁신할 방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결국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세계는 이미 AI를 활용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질병을 진단하며,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교회는 “위험하다”는 경고음만 울리고 있습니다.
AI 시대, 교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멈출까?”가 아니다
레오 14세는 스스로를 ‘디지털 시대의 레오 13세’로 포지셔닝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산업혁명 앞에서 겁에 질린 19세기형 지도자에 더 가깝습니다. 21세기 기술 혁신을 마주한 그의 대응은 한마디로 위기의 언어, 공포의 수사, 규제의 반복입니다.
우리는 물어야 할 것입니다.
“정말 AI 앞에서 교회는 멈춰야 하는가?”
“기술의 윤리적 활용을 고민하는 것과 기술 자체를 배척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종교는 변화를 거부하는 최후의 보루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나침반인가?”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 사회 전체를 재구성하는 문명적 전환점입니다. 이 시점에 필요한 종교의 역할은 규제와 공포 조장이 아니라, 윤리적 방향과 공동체적 책임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교회가 멈추면, 신뢰도도 멈춘다
레오 14세의 AI 담론은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자면, 시대착오적 방어기제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기술을 몰라서 두려워하고, 변화를 겁내서 도그마에 기대며, 결국 교회를 기술 대화에서 점점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교황청이 자주 인용하는 성구가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오늘날 이 말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어쩌면 AI 앞에 선 레오 14세 교황 본인일지 모릅니다.
신앙은 변화 앞에서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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