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모 병원’에 배신 당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환자를 돌본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사명입니다. 이름에 ‘성모’를 달고, 성직자가 경영하고, 병원 건물엔 십자가가 걸려 있습니다. 겉으론 거룩합니다. 문제는 그 ‘겉’과 달리, 속은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이 병원은 더 이상 '성모'라는 이름을 쓸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가 기대한 사랑과 연대, 청빈한 교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보이는 건 돈에 눈이 먼 경영진과 병든 조직문화뿐입니다.
국민건강보험까지 속인 병원
국제성모병원은 없는 환자를 만들어 건강보험료를 타낸 조직적 사기극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서류 조작으로 진료기록을 꾸며내고, 환자가 아닌 사람을 환자로 둔갑시켜 진료비를 청구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돌아가는 건강보험 재정을 빼먹은 겁니다.
이게 중소기업이 아니라, 신부님이 병원장인 가톨릭 대학병원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더 충격입니다.
수사는 흐지부지됐고, 법원은 무혐의 결정을 냈지만, 2016년 국정감사에서 결국 약 2억 원의 부당청구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병원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습니다. 의료기관이자 종교기관이라는 이중 타이틀은 이런 부끄러운 범죄를 감추는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간호사를 괴롭히고 해고한 병원
간호사 홍명옥 씨는 인천성모병원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노조를 만들고, 환자와 동료를 위해 싸웠습니다. 병원의 대답은 해고였습니다.
해고되기 전 3년 동안 그는 관리자들에게 공공장소에서 폭언을 듣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결국 병가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무단결근으로 처리돼 잘렸습니다.
뉴스에 보도되자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고, 병원이 뭐라고 해명할지 지켜봤지만, 병원은 침묵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노조와 피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으로 되받아쳤습니다.
“수익이 우선입니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병원
공개된 병원 내부 문건에는 이런 문장이 씌어 있었습니다.
“수익 창출에 반드시 초점을 둘 것.”
환자보다 돈이 우선이라는 병원의 솔직한(?) 속내가 담긴 이 문장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이 병원이 정신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고가의 방사선 검사인 PET-CT를 하루 17건씩 찍으라는 지시, 거리에 직원들을 내몰아 병원을 광고하게 만드는 ‘ACE 활동’ 강요, 의료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마케팅 행위까지... 이쯤 되면 **“정말 이게 병원 맞아?”**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치워버려” 한 마디에 사람이 사라지는 곳
직원들은 근무 중 싸이의 말춤을 연습하고, 병원 사제의 생일엔 꽃다발을 들고 축하하러 끌려갑니다.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치워버리라’고 말한 행정부원장 신부의 한 마디에, 멀쩡하던 직원이 어느 날 부서에서 사라졌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노조원 얼굴에 근조 리본을 붙인 ‘살생부’가 돌고, 간호사들이 자기 인생을 병원에 다 바쳤는데 돌아오는 건 감시와 해고뿐. 이런 병원이 ‘성모’라는 단어를 쓴다는 건 신성모독 수준입니다.
성직자가 경영한다더니, 돈 문제는 챙기고 노동문제는 모른 척
병원장 신부와 행정부원장 신부는 노사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병원 수익이 오르는 동안, 본인들 연봉은 수천만 원에서 1억 6천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5억 5천만 원짜리 손해배상 소송. 이 정도면 성직자 탈을 쓴 기업가입니다. 신부님의 옷을 입었다고 해서 면죄부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이게 진짜 가톨릭이 맞습니까?”
이 병원이 저지른 일들은 단순한 실수도, 일회적 사건도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가톨릭 인천교구가 병원을 이윤 추구의 도구로 만들면서 생긴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과거 한국 천주교회는 민주화운동, 빈민운동, 노동운동의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들이 탄압하던 기업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습니다. 진료보다 돈, 사랑보다 갑질, 연대보다 소송. 이게 우리가 기대한 교회의 모습입니까?
결론: ‘성모’라는 이름, 내려놓으십시오
이 병원이 아직도 ‘성모’라는 이름을 붙이고 운영된다는 게 어처구니없습니다. 지금 이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은 가톨릭이 내세우는 ‘사랑과 정의’와 정면 충돌합니다.
변화할 의지가 없다면, 더 이상 종교의 이름으로 장사하지 마십시오.
거룩한 이름 뒤에 숨어 악습을 반복한다면, ‘성모’라는 간판부터 떼는 게 최소한의 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