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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피해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세계 청년 대회

by 가을 카푸치노 2024. 12. 25.

이미지 출처 :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포르투갈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시간) 리스본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2023.08.02/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가톨릭의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는 신앙의 결속을 강화하고 청년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려는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 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성 학대 문제와 이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단순히 축제의 의미를 잃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더하여 추가적인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가톨릭 교회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만연했던 성 학대 문제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심각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어린 시절, 성직자들에 의해 성학대를 당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20년까지 최소 4815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된 성직자들의 정직을 망설이고, 배상금 지급 또한 법적 판결을 기다리겠다면서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더욱이, 성 학대 피해자를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세우기로 약속했던 기림비가 최근에 백지화되면서, 교회가 여전히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위선적인 태도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깊은 고통 속에서 교회의 책임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성직자들과 신도들이 모여 신앙을 축하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을 피해자에게 보이는 것은 결코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피해자 지지 단체가 리스본 곳곳에 "포르투갈에서 48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가톨릭 교회에 학대당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시한 것만 보더라도, 이번 세계청년대회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사가 신앙 공동체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위험까지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수많은 청년들과 성직자가 교류해야하는 대규모 행사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관리와 책임 의식이 없이 진행된다면 부적절한 권력 관계나 신뢰를 악용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회 내 성 학대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구조적인 권력 남용과 은폐에서 비롯됩니다. 대규모 행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더 쉽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성 학대 피해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축제에 참석한 청년들은 교회에 대한 신뢰를 잃게되거나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축제는 가능하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는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정당화하게 될 것이며, 이는  피해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들의 신앙과 교회에 대한 기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는 축제가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진정한 행동입니다.

  교회는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큰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고통 더욱 가중시키고,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이 있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